네소테마기행 - 러시아 (부제 : 나의 붉은고래 감상 후기) Kimya-i Mahabbet

네소테마기행입니다.

6월 21일, 저는 전 날 트위터에서,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온 대학교 친구가 써 놓은 중국, 정확히는 한중일 합작 애니메이션 영화인 '나의 붉은고래'를 추천하는 글 하나만 보고, 막 여름방학이 된 터라 잉여인간처럼 시간을 보내지나 말자고 호노베리를 데리고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한 자리 수 밖에 안 되는 관객들 사이에서 조조로 나의 붉은고래를 관람했습니다.

영화 관람 이후 저는 이전에 언급했던 코엥이 디시콘에 이어 제작 중인, 호노베리에게 빵을 먹인다는 내용의 호엥이(호노베리의 애칭) 디시콘에 쓸 사진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메가박스 인근 중앙아시아 거리에 소재한, 친절하신 고려인 아주머님께서 운영하시는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빵집인 미도빅에 다녀갔습니다.

Хлеб всему голова.

─Русские пословицы

보로디노 흑빵, 메도비크, 체부레크, 그리고 삼사입니다.

체부레크는 밀가루 반죽에 간 양고기, 쇠고기 같은 고기와 양파 등을 넣어서 반원 모양으로 빚은 고기빵의 일종입니다. 본래는 튀르크 요리에서 소를 넣은 파이의 일종인 뵈레크의 일종인 치 뵈레크가 그 기원으로, 크림 타타르인의 대표적인 민족 음식이며 재터키 크림 타타르인 디아스포라 사회에서도 대중적인 요리입니다. 그러다가 크림 반도가 소비에트 연방의 통치를 받으면서 체부레크는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으로서 소비에트 요리의 일부분이 됐으며,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이후에도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권에서 오늘날까지도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입니다. 기름진 군만두 같은 느낌입니다.

삼사도 체부레크처럼 반죽에 고기와 양파, 향신료 등을 넣어서 탄두리에 구운 삼각형 모양의 패스트리의 일종입니다만, 사실 삼사는 러시아 요리라고 분류하기는 힘들고, 정확히는 우즈베키스탄, 신강 등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요리이며 반죽에 감자, 야채 등을 넣고 튀긴 인도의 사모사에서 유래됐습니다. 그러다가 체부레크와 샤슐리크, 플로프처럼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러시아 요리에 융화된 것입니다.

메도비크입니다.

메도비크는 꿀과 우유 크림을 시트 사이사이에 바른 케이크의 일종으로, 러시아와 구 소련권의 대표적인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이 빵집의 이름도 여기서 따 왔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18세기에 러시아의 황제였던 옐리자베타 페트로바에게 감동을 주려던 한 젊은 요리사가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에트 연방 시기에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해서 대중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꿀과 크림이 들어 있어서 달지만, 터키나 인도의 디저트처럼 살인적인 수준의 단맛이 나는 것은 아니고 은은한 달달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중에 집에서 에리와 함께 먹으려고 갖고 온 보로디노 흑빵입니다.

보로디노 흑빵은 시큼한 맛이 나는 호밀 반죽으로 빚은 흑빵에 당밀로 맛을 내고 고수나 캐러웨이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흑빵은 러시아에서 국민적인 요리 중 하나로, 보로디노 흑빵은 그 중에서도 호밀가루에 약간의 밀가루 등으로 반죽한 것을 발효시킨 뒤 구워낸 것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흑빵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보로디노 전투에서 산화했던 알렉산드르 투치코프의 아내가 수녀원을 세운 뒤 수녀들이 투치코프 장군을 기리기 위해 엄숙한 검은색의 흑빵에 포도탄을 상징하는 고수씨를 얹은 빵을 만들었다고 하며, 일부는 러시아 혁명 당시 만들어졌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더럽게 맛없습니다.

나중에 이건 비상식량으로 쓰거나 누구한테 크바스 만들라고 줄 생각입니다.

다음에 영화를 보거나 에리 생일이 되면 피로조크나 나폴레옹 케이크를 먹어볼까 합니다.

P.S.
나의 붉은고래에 대해 짧게 평하자면 동양적인 몽환을 아름다운 영상미와 서사로 풀어낸 수작이었습니다. 지브리 영화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중국 신화를 충분히 독자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도 춘과 추가 귀엽습니다.


덧글

  • Abdülhazret 2017/06/21 18:00 #

    P.S. 러시아어→한국어 번역 :
    빵은 생명의 양식이다.

    ─러시아 속담
  • 제트 리 2017/06/21 21:42 #

    러시아 음식 까지..... 식객의 길을 걷고 있군요.....
  • Abdülhazret 2017/06/21 22:16 #

    러시아 음식은 사실 예전에 먹었던 적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진작에 맛집 블로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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